하드보일드 수사물 미드 ‘더 와이어’ : 현대 드라마의 고전이 된 작품

#더와이어 #미드_더이어 #범죄수사물 #명작_미드

<더 와이어 더 와이어>는 드라마 덕후들 사이에서 ‘인생 미드’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드라마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HBO에서 2002년 첫 방송을 시작하여 2008년까지 총 5회의 시즌을 제작·방영하였다.오래전 제작·방송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n차 시청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현대 드라마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작품이다. 나도 다 보고 나서 이 시리즈는 정말 한 시즌도 버릴 게 없다고 생각했어.

‘더 와이어 더 와이어’는 볼티모어 강력반 형사들을 중심축으로 마약조직, 인신매매, 밀수를 감행하는 각각의 조직을 수사해 나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렸다.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물이기 때문에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볼티모어는 치안이 나쁨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도시라고 한다. 그런 드라마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연이 많고 거친 삶을 사는 각자의 입장과 관계를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설계해 놓고는 그 속의 수많은 인물 군상을 매우 입체적으로 잘 그려내 현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마약이라도 파는 천하의 나쁜 놈이 보는 사이 나중에는 그렇게 가슴이 아플 정도다.

겉모습은 수사물이지만 미국의 모든 어두운 부분과 법적 구조적 약점, 인종과 계층의 문제, 하층민의 삶과 그들이 처한 차가운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특별한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미국의 하층민 문화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을 보여줄수록 간담이 서늘했다.나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사실 어떤 상황에서 처지인지를 비로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방영 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영향을 미치며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연기자들은 이후 독보적인 연기력의 연기자로 주목받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 흔히 ‘아니, 저 사람이 여기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드리스 엘바가 이곳에서는 사업적 수완은 뛰어나지만 매우 치졸한 악역으로 나온다. 그게 또 잘 어울렸어.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그 드라마들은 각 나라마다 독특한 역사와 성격을 담아 발전해 왔으며 발전해 오고 있다. 각기 다른 아우라에 빛나는 여러 나라의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은 핸드와는 또 다른 재미가 크다.그러다 <더 와이어> 시리즈 같은 작품을 접하니 ‘그래, 미국이 역시 드라마 왕국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도 화면 음악도 모두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하고 무엇보다 대본과 연출이 무서울 정도로 완벽하다. 그리고 캐스팅이 대단한지 연기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지만 출연진들이 모두 인생 연기를 해내고 있어서 보는 내내 좋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정말 잘 만든 드라마는 등장인물 중에 미운 놈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마음 아파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미드 속에는 가끔 이런 작품이 나온다. 예를 들어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도 그렇다.

더 와이어의 남자 배우 맥널티는 미국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사생활은 엉망인 고독한 인물이다. 영국 수사물의 주인공들은 그에 비하면 대체로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속 탐정들의 스타일로 여전히 감돌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같은 업종의 사람들과 달리 일단 앉아서 눈알을 굴리며 추리를 한다.

<더 와이어> 시즌1은 마약 조직에서 10년은 굴러 먹은 사람이 쓴 것 같고, 시즌2는 밀수 조직 중 10년을 활약한 사람이 쓴 것처럼 생생하다. 현장감이 있는 것도 그렇지만 범죄자들의 마음의 행로를 정말 절묘하게 포착해 이야기를 굴려 나간다. 도대체 어디까지, 얼마나 길고 치밀하게 조사해 대본을 썼나 싶었지만 사실은 전직 경찰과 전직 경찰 출입기자 출신이 대본을 집필한 것이었다.그런 현장감과 현실감을 위해 하버드대와 UC버클리 피츠버그대 등에서는 이 드라마를 활용해 ‘도시사회 속 하층민의 삶과 불평등’에 관한 사회학 강의를 개설해 진행했다고 한다. 21세기 영상문학 관련 자료로 적극 사용한 곳도 있었다.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회차가 된 시즌2에서는 각기 다른 사건처럼 보이는 것이 중반을 지나 후반부터 결국 한자리에 모여 제작진이 이 시즌에서 하고 싶은 말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아주 분명하게 각인시키고 만다. 천의무봉의 귀신 같은 재주다.

내가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첫 번째 미덕은 절대 선악과 같은 것을 미리 정해놓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기보다는 사람의 삶 자체와 조직(경찰이든 범죄자든 선출직이든)의 얼굴을 제대로 그려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과 저마다 소중한 삶이 터무니없는 부당한 구조와 환경에 의해 너무 쉽게 부러지고 마는 것을 뜨겁게 보여줬고, 현실에서는 사실 요행도 영웅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같았다.이 작품을 보면서 한국의 검찰 고위층과 판사를 미국처럼 선거를 통해 임명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데 또 다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한 벽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번째 미덕은 시청자들이 작중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저게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때가 자주 있듯이 스토리와 상황을 만들고 카메라의 위치도 그렇게 정하고 있다. 연출진의 배포가 대단하다. 보통은 시청자에게 작중 인물이나 상황에 최대한 빨리 감정이입하도록 노력하지만 이 작품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덕분에 드라마 속 많은 처절한 이야기들이 더욱 현실에 잘 다가온다.

20년 전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연출과 전개가 상당히 세련돼 보기 흉할 게 없다.

※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문장이 마음에 드신다면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러면 더 재밌게 사용할게요. ^^